제288화

유도경의 적나라한 눈빛을 마주한 유하연은 민망해서 고개를 돌렸다. 두 손은 머리 위로 높이 들려 있었고, 몸도 밑에 깔려 귓가에는 그의 숨결이 맴돌았다. 유하연이 말도 하지 않고 몸부림치지도 않자 유도경의 눈빛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유하연의 목을 세게 깨물었다. “씁.” 유하연은 그를 밀어내지도 않고 자기 옷자락을 꽉 잡았다. 그녀가 어쩌다 가만히 있자 유도경의 행동은 점점 더 거리낌 없고 격렬해졌다. 다행히 유도경이 레스토랑에서 나올 때쯤, 문상훈은 이미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디어 잠잠해졌다. 유하연은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해져 어느새 잠들어 버렸다. 유도겸은 그녀의 지친 얼굴을 내려다보며 옆에 있던 외투로 그녀를 감싸고는 편한 자세로 바꿔주고 직접 운전해서 자기 아파트로 데려갔다. 유하연은 날이 밝아져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어딘가 익숙한 방과 가구들을 보면서 자기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전에 와본 적 있는 아파트였다. “깼어?” 유도겸이 마침 들어와 소매 단추를 잠그면서 말했다. “일어났으면 나와서 아침 먹어.” 유하연은 그의 말투가 뭔가 긴장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유도경은 그녀에게 더 알아볼 기회를 주지 않고 곧장 외투를 챙기고 1층으로 내려갔다. 유하연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서둘러 씻으러 갔다. 씻고 나와 옷장을 열었는데 안에는 전부 여자옷들이었고, 저마다 유하연 사이즈에 맞는 새옷들이었다. 그녀는 비교적 단정하고 차분해 보이는 옷으로 골라 입고서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유도경은 식탁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고, 앞에는 쓴맛이 강한 블랙커피 한잔이 놓여있었다. 다른 빈자리 앞에는 아침 식사가 놓여 있었다. 유하연은 자리에 앉아서 아침 식사를 확인한 순간 입꼬리가 살짝 떨리면서 다소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맞은편에서 일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앞에 놓인 아침 식사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이상한 색깔 때문에 식자재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