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서무영도 정색한 얼굴로 빠르게 다음 대사를 이어갔다. 단 한 번에 성공한 더빙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놀랐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더빙은 말할 것도 없고 혼자 더빙할 때도 감정이 안 맞아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사람은 단 한 번에 성공한 것이다. “좋아! 정말 대단해!” 감독이 먼저 일어나 박수를 쳤다. 임수아를 깊게 바라본 서무영은 그녀에 대한 편견도 이번 첫 협업으로 모두 사라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서무영도 임수아의 실력을 인정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황영진이 직접 임수아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한 뒤 집에서 연락 기다리라고 했다. 임수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별다른 말 없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주차된 차를 찾아 타고 떠났다. 윤씨 본가에 도착해 별장에 들어서자 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녀석 말주변이 점점 좋아지네.” 갑작스럽게 기쁜 모습을 보인 하경림의 태도에 임수아의 발걸음이 멈췄다. “어머니, 제가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 진짜 사실이에요.” 이어서 또 다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임수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서은채가 온 모양이었다. 임수아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사모님, 돌아오셨어요.” 집사가 웃으며 인사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임수아도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하경림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임수아를 본 서은채는 그날 밤 일이 떠올라 괜히 불편해졌다.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듯, 올라오지도 내려가지도 않는 느낌이었다. “수아 씨, 왔어요.” 정신을 차린 서은채가 웃으며 말했다. 임수아는 그녀에게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서은채.” 임수아가 소파에 앉자마자 윤시혁이 2층에서 내려왔다. 그는 임수아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서은채에게 말했다. “은채야, 가자. 뒷마당 정원 구경시켜 줄게.” 서은채는 즉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응.” “잘 다녀와.” 하경림이 웃으며 한마디 하자 서윤미도 바로 말을 이었다. “언니가 가봐. 나는 어머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