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화

이 말을 들은 임수아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웃음 속에는 조소가 가득 담겨 있었다. 머물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나려 했지만 몸을 돌린 순간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밀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임수아는 벽에 몸을 강하게 부딪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뒷머리도 벽에 부딪혔다. “으악!” 임수아는 너무 아파 신음을 내뱉었다. 이어서 성난 질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임수아 씨! 너무 뻔뻔한 거 아니에요? 우리 언니와 형부 이야기를 엿듣다니!” 소란 소리에 서은채를 밀고 온 윤시혁은 임수아를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 “너 왜 여기에 있어?” 불쾌한 어조로 묻는 윤시혁의 모습에 임수아가 윤시혁을 바라보았다. “할머니께서 식사하러 오라고 시켰어요.” 마치 방금 그들의 대화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 목소리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분명히 엿듣고 있었잖아요!” 서윤미가 물러서려 하지 않자 임수아가 고개를 돌려 서윤미를 바라봤다. “엿들었다고요? 하... 나는 그냥 내 길을 가다가 여기 서서 들었을 뿐이에요.” 말을 마친 뒤 서윤미가 다시 입을 열기 전에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에게 사과해요!” 서윤미가 코웃음을 쳤다. “사과하라고요? 내가 왜 너한테 사과를 해야 하는데요!” 임수아는 담담한 얼굴로 입꼬리를 올렸다. “방금 나를 밀어서 머리가 벽에 부딪혔잖아요.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방금 들렸던 큰 소리가 임수아의 머리가 벽에 부딪힌 소리라는 것을 알아챈 윤시혁은 깜짝 놀랐다. 서윤미가 팔짱을 끼고 임수아를 보며 비웃었다. “사과 안 하면 어쩔 건데?!” 윤시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고 할 때 서은채가 그를 불렀다. “시혁아...” 윤시혁이 고개를 숙여 서은채를 바라보자 바로 그때 임수아가 갑자기 냉소를 터뜨렸다. 임수아가 말없이 손을 뻗어 서윤미의 옷깃을 잡아당기더니 그녀의 머리를 벽에 강하게 부딪혔다. ‘쿵!’ 하는 소리는 조금 전 임수아가 부딪힌 소리보다 작지 않았다. “악!” 서윤미의 비명만 들어도 얼마나 아파하는지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