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7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서은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임수아 씨가 혼자 굴러떨어진 건데 괜히 누가 밀었다고 한 건 아닐까?” “뭐? 그건 말도 안 돼! 굳이 그렇게 말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서윤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은채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되물었다. “만약 정말 누가 밀었다고 주장한다면 제일 먼저 의심받을 사람이 누구겠어?” “우리잖아!” 서윤미가 바로 대답했다. 그 말을 하고 나서야 문제의 핵심이 번쩍 떠올랐다. “아, 알겠다! 일부러 우리를 의심받게 하려고 그렇게 말한 거구나!” 분노가 치민 서윤미는 이를 갈면서 말했다. “여우 년, 심보가 너무 고약하네!” 서은채가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해명해도 소용없어. 아무리 아니라 해도 할머니는 믿지 않으실 거야. 원래도 나를 마음에 안 드셨는데 이번 일까지 있으니 나를 더 미워하시겠지. 괜히 아버지까지 욕을 먹게 해서 죄송할 따름이네.” 서윤미가 씩씩거리며 맞장구쳤다. “그러니까! 이제 저 집안이 어디 놀러 가더라도 우리한테는 절대 연락도 안 하겠네. 다 임수아 때문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서은채가 고개를 저었다가 덧붙였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이야. 사실은 다를 수도 있어.” “아니야, 난 확신해!” 서윤미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때, 서윤미의 휴대폰에서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문자를 확인한 서윤미는 서은채를 보며 눈짓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언니, 아직 말 안 해줬잖아. 그날 밤 언니랑 형부 말이야. 진짜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서은채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여러 번 말했잖아. 아무 일도 없었어.” “난 못 믿겠는데?” 서윤미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던 그때, 문이 열리며 하유민이 들어왔다. “유민 씨 왔어요?” 서윤미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자리에 앉은 하유민은 다짜고짜 물었다. “윤미 씨, 아까 한 말 무슨 소리예요?” “네? 내가 뭐라고 했는데요?” 서윤미가 어리벙벙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