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5화

“무슨 일인데요?” 아직 하유민의 말투에 담긴 불편한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채 서윤미는 전화를 받자마자 곧바로 떠들기 시작했다. “유민 씨, 형부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요? 언니한테 이제 절대 결혼 안 하겠대요!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임수아래요! 말도 안 되죠?” 서윤미는 점점 더 흥분했다. 하지만 전화 너머의 하유민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곧바로 냉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게 어때서요? 오빠가 이제야 눈을 떴다는 뜻 아니에요? 서은채 씨의 본성이 드러난 거죠.” 서윤미와 하유민의 통화는 스피커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은 서은채 귀에도 고스란히 들렸다. 서은채 자매의 얼굴색이 동시에 굳어졌다. 서윤미는 서은채의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 전화기 너머의 하유민에게 물었다. “유민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는 님들이 제일 잘 알잖아요. 서은채 씨, 당신이 일부러 위험한 상황을 꾸며내고는 나를 구한 연기를 했던 거, 이미 다 알고 있어요. 그리고 님들 아버지 쪽 사람이 오빠의 비서라며 호텔, 병원 CCTV를 지우라고 꾸민 일도 알고 있어요. 온천 리조트에서 서은채 씨가 스스로 뛰어들어 임수아를 모함한 것도 다 오빠에게 전부 말했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 다시는 나한테 연락하지 마요. 꺼지라고요.” 하유민은 분을 담아 그렇게 말한 뒤, 서윤미가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바로 끊었다. 한편, 서은채의 얼굴빛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워졌다. 자신이 저지른 짓을 하유민이 알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서윤미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서은채를 보며 물었다. “언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유민 씨가 어떻게 이 일을 알게 된 거지?” 서은채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는 천천히 답했다. “게다가 그걸 시혁이한테도 다 말했다잖아.”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의문이네.” 서윤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서은채가 무슨 말을 하려던 그때, 휴대폰 전화 벨이 갑자기 울렸다. 발신자는 곽정화였다. “엄마, 무슨 일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