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여기까지 말한 하유민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약간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식적인 하유민의 말에 임수아가 다시 한번 웃더니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말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어른이니까 국을 떠드리는 건 당연한 거예요. 하지만...” 여기까지 말한 임수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유민 씨도 이제 세 살 아이가 아니잖아요 국 뜨는 것 같은 사소한 일까지 남에게 맡기면 안 좋을 것 같아요.” 말문이 막힌 하유민은 당황한 표정으로 임수아를 바라보며 그녀가 정말 변했다고 생각했다 예전의 임수아라면 어떻게 이런 식으로 그녀에게 말할 수 있었겠는가? 이때 한효진이 말했다. “유민아, 네 언니 말이 맞아. 국 뜨는 것 같은 작은 일은 앞으로 스스로 하도록 해.” 하유민이 입술을 깨물며 ‘네...’ 하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효진은 여전히 임수아를 편애하고 있었다. 이후로는 아무도 별다른 일을 벌이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후 임수아는 위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들어갔다. 하유민이 이 시점에 나타난 것이 분명 꿍꿍이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대부분 그녀를 겨냥한 것일 테다. 그래서 반드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바로 그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연 임수아는 문 앞에 하유민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전혀 놀라지 않았다. “무슨 일인데요?” 임수아가 물었다. “언니, 오후에 같이 쇼핑하러 갈래요?” 웃으며 제안하는 하유민의 말에 임수아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임수아가 아무 말이 없자 하유민이 눈을 깜빡였다. “왜요? 언니, 싫어요?” 임수아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당연히 좋죠.” 하유민도 따라 웃으며 바로 말했다. “그럼 약속한 거예요! 낮잠 자고 일어나면 쇼핑하러 가요. 좀 이따 봐요. 언니!” 말을 마친 뒤 돌아서서 떠났다. 문을 닫은 후 안색이 살짝 차가워진 임수아는 예전에 하유민과 함께 쇼핑을 갔을 때의 경험을 떠올리자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 오후, 임수아와 하유민은 차를 타고 함께 센트리 백화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