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그 말을 들은 임수아는 침묵했다. 그녀는 한참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안욱진은 휴대전화를 꺼내 몇 번 터치한 뒤 핸드폰을 임수아 앞에 놓았다. “이건 그 캐릭터의 인물 설정이야. 한번 봐봐.” 임수아는 안욱진의 휴대전화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그것을 집어 들고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설정을 확인하는 그녀의 눈빛이 점점 밝아졌다. 안욱진의 말이 맞았다. 이건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 캐릭터는 화려하게 염색한 머리카락을 돋보이며 오토바이를 타는 걸 좋아하는 멋지고 당당한 인물이었다. 정말로 그녀와 잘 어울리는 설정이었다. 인물 설정을 다 읽고 난 임수아는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물었다. “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게다가 네 새 영화는 이 감독님께서 연출하는 거잖아. 그 사람은 캐릭터에 엄청 깐깐하기로 유명하던데. 조연들 전부 가장 적합한 사람만 고르고 인맥으로 밀어 넣는 걸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며. 나 같은 비전공자가 어떻게 배우들보다 낫겠어?” 안욱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 감독님은 다른 감독들과 달라. 캐릭터를 고를 때 오직 적합한지 아닌지만 보고, 전공이냐 아니냐는 전혀 신경 안 써.” 그는 말을 잠시 멈추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덧붙였다. “유지현 씨 기억해? 그분은 원래 전단지를 돌리던 아르바이트생이었어. 이 감독님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그분을 보고 새 영화의 캐릭터와 딱 맞는다고 생각했지. 그렇게 해서 유지현 씨는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거야. 보라고, 8년이 지난 지금 유지현 씨는 자신의 노력으로 금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탔잖아.” 임수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유지현 씨는 정말로 연예계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안욱진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 감독님의 영화이기 때문에 나도 네가 도전해 보길 바라는 거야. 게다가 이 캐릭터는 이 감독님께서도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아직도 적합한 배우를 못 찾았대. 한번 도전해 봐, 도전해 본다고 해서 잃을 건 없잖아.” 임수아는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