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임수아가 막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화면에 뜬 ‘황 PD’라는 세 글자를 본 순간, 그녀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임수아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전화를 받았다. “네, PD님.” “수아 씨, 내일부터 바로 녹음실 들어가서 더빙 시작하자.” 전화 너머로 황영진의 목소리가 들리자 임수아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졌다. “그럼 ‘비무’ 역할 제가 하는 걸로 확정된 거예요?” “당연하지!” 황영진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저번에 그런 일을 벌인 것도 팬들이 납득하게 하려고 그런 거였어.” 황영진의 말투 속엔 오영은에 대한 불만이 묻어 있었다. 임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결정된 거다?” 전화를 끊은 뒤 임수아는 핸드폰을 들고 SNS를 켰다. 새로고침을 하자마자 인기 게시물로 올라온 한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안개꽃’ 공식 계정에서 올린 새로운 티저였다. 그리고 그 영상에서 들려오는 여주인공의 목소리는 오영은 본인의 목소리였다. 한 번 재생해서 들어본 임수아는 얼굴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딱히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오영은의 연기력은 정말 훌륭했지만 그 목소리는 단숨에 몰입을 깨버릴 정도였다. 임수아는 댓글 창을 눌러 살펴보았다. [이게 다야? 오영은 팬들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오영은이 더빙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떠들어댄 거지?] [전엔 달빛청음 성우님 목소리에 별 감흥 없었는데 이 비교 듣고 나니까 그냥 천상의 목소리였네!] [비교가 너무 처참한데? 달빛청음 진짜 대단하다... 목소리가 찰떡이잖아!] [앞으로는 달빛청음 팬 할래요~] [제발 이런 건 전문가한테 맡깁시다. 오영은 씨, 그만해요.] 임수아는 이번 일을 계기로 팔로워 수가 또 한 번 많이 늘어났다. 두 가지 버전의 티저가 공개되자 오영은은 즉시 조롱의 타깃이 되었고 그녀의 팬들 역시 더 이상 예전처럼 활발하게 나서지 못하고 조용해졌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임수아는 이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때, “똑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