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서윤미는 손을 내저으면서 다급히 말했다. “어르신, 그럴 필요 없어요. 언니는 지금 거의 나아서 안정을 취하고 있으니 굳이 검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어젯밤에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어요.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 준 약을 먹고 링거도 맞았으니 괜찮을 거예요.” 한효진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하룻밤 사이에 어떻게 다 나았다고 할 수 있겠어? 늦은 시간에 시혁한테 연락해서 와달라고 부탁할 정도면 상황이 아주 심각했던 거겠지. 의사를 데리고 왔으니 네 언니의 상태가 어떤지 봐줄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네 부모님도 계속 걱정할 거야. 내 말이 틀렸어?” 그녀는 턱을 쳐들고 서문혁 부부를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다 큰 아가씨가 부모님을 걱정시키면 안 되지.” 한효진의 말에 서윤미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녀가 대답하기 전에 한효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윤씨 가문 의사 송태준을 향해 말했다. “송 의사, 서씨 가문 아가씨의 상태가 어떤지 잘 살펴줘.” “알겠어요.” 하경림이 한효진을 부축하고 앞장서자 송태준이 뒤따라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한효진이 막무가내로 서은채를 찾아가는 것이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서문혁 부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한효진이 가문의 의사를 데리고 와서 서은채의 상태를 살피겠다고 했기에 서문혁 부부는 되려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 서문혁과 곽정화는 세 사람을 따라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아래층에 혼자 남겨진 서윤미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어쩔 바를 몰라 했다. 일이 생각보다 더 커졌지만 한효진을 막을 수 없었다. 서윤미는 다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침대에 누워있던 서은채는 인기척에 눈을 천천히 떴다. 침대맡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서은채는 힘겹게 일어나더니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어머니가 여기까지는 어쩐 일로 오신 거예요?” 한효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가문의 의사를 데리고 왔단다. 아프지 말고 얼른 나아야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