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60장

지아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납치범들이 어떤 의도가 있든지 간에 떠들지 않고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살길을 주지 않을가... 지아는 이렇게 자신을 위로했지만 이삼식은 여느 납치범과 다르게 행동했다. 그는 지아의 턱을 잡으며 그녀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게 했지만, 이삼식의 그 어떤 행동에도 지아는 여전히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어떤 납치법은 피해자가 이성을 잃고 무너진 채 소리치는 모습을 즐겨 본다고 했다. 자신이 연약한 모습을 보이면 납치범은 그녀를 다스리기 쉽다고 생각되어 범죄를 저지르려는 욕망을 자극한다고 했다. 이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지아는 주의력을 분산시켜 다른 일을 생각하며 마음속의 안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이 기계는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았는데 아마 휴업 중이거나 인위적으로 꺼버렸을 수 있다. 이 공장에서 그녀의 앞에 있는 사람들 외에 다른 직원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았는데 아마 이곳이 그들의 아지트가 아니면 다른 직원을 임시로 해고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첫 번째 가능성이 컸다. 침착한 지아를 보며 이삼식은 오히려 의심이 가서 휴대폰 속의 사진을 들춰내 자세히 대조해 보았다. 이목구비는 비슷했지만 분위기는 차이가 컸다. 사진 속의 사람은 순수하고 우아했지만 맞은편에 있는 이 여자는 나름대로 카리스마가 있었다. 이삼식은 확신이 서지 않아 또 형제들을 불러 자세히 확인해보게 했다. “형님, 틀림없어요. 이 눈매는 사진과 똑같은걸요. 하지만 사진에서는 치마를 입었는데 지금은 격식 없게 입었어요.” “들어보지 못했어요? 여자는 메이크업을 하고 나면 얼굴이 바뀐 것 같다고 해요.” 목소리로 아까 아첨하던 그 남자인 것 같았다. 바싹 마른 몸매에 누르스름한 머리를 가진 이 남자는 장오범이라고 하는데 지아는 장오범에게 잡혀 이곳에 왔다.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동생들을 보며 이삼식은 그제야 시름을 놓고는 노르끼리한 이빨을 드러내고 껄껄 웃었다. “너희들 잘 지키고 있어. 이 여자는 우리의 돈줄이니 아무런 실수가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