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나는 이제 더 이상 의사가 아니다. 그런데도 무의식적으로 늘 이렇게 말하게 된다.
“진 선생은 정말 훌륭한 의사예요.”
남자가 감탄하듯 말했다.
“어느 학교를 졸업하셨어요?”
“제원의대를 졸업했습니다.”
“엄청난데요!”
남자는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런데 어쩌다 사립병원에 오셨어요? 원래라면...”
“예전에는 효성 병원에서 근무했었어요. 그러다가...”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해고당했죠.”
“진 선생님처럼 훌륭한 분이 왜 해고당하셨어요?”
남자는 몹시 놀란 눈치였다.
“아빠, 진 선생님은 이곳에 급히 수술하러 오신 일로 병원에서 해고당하셨어.”
그때 문이 열리며 장예슬이 들어왔다. 그녀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병원장도 단단히 미친 게 분명해.”
“환자를 살리기 위해 한 행동이 병원 규정을 어겼대. 이유를 들으려 하지도 않고 바로 해고라니, 정말 너무했지.”
나는 조금 놀랐다.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 한 적이 없었는데 장예슬은 어떻게 알았던 걸까?
나랑 눈이 마주친 그녀가 머쓱해하며 말했다.
“죄송해요, 진 선생님. 선생님을 인터넷에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어요. 이력서가 업데이트되어 전화를 해서 물어봤더니 우리 아빠 일 때문에 해고되셨다는 걸 알게 됐죠.”
“정말 죄송해요, 진 선생님. 어찌 보면 저희가 선생님의 앞길을 가로막은 셈이니까요. 제가 사유서를 작성해 전해드릴게요. 그러니 그걸 들고 복직을 요청해 보시면 어떨까요?”
나의 해고가 자신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남자는 금세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은 새 직장을 구했거든요.”
그럼에도 남자는 여전히 미안한 기색이었다.
“진 선생님께 이렇게 폐를 끼쳤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장태산이라고 합니다. 이건 제 연락처예요.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연락하셔도 돼요.”
‘장태산이라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태산은 전생에 진작 사망했던 제원시의 시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생에서 그는 죽기는커녕 나의 구원을 받았다.
심장이 쿵쾅거렸고 감정이 북받쳐 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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