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이무연은 김신재가 꼼짝도 하지 않자 눈빛이 살짝 가늘어졌다. “지금 제 명을 거역하시렵니까?” “그럴 리 있겠습니까.” 진퇴양난에 놓인 김신재는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억지로 몸을 움직였다. 침상 곁에 조심스레 다가가 앉은 뒤, 손끝으로 이무연의 종아리부터 조심스레 눌러가기 시작했다. “조금 더 위로요. 다리가 너무 뻐근하여 힘이 듭니다. 아프게 할지 두려워하지 말고 세게 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래요, 바로 거기요. 너무 시원하네요. 소부께서 말재간만 좋은 줄 알았더니 손재주 또한 일품이네요. 허리도 좀 주물러 보십시오.” 김신재는 마음이 복잡했다. 평소엔 고고하고 교만하던 공주 이무연이 시집을 가고서도 이리도 노골적이라니. 어찌 보면 정사 앞에서는 옛날 사람들보다 현대 사람들이 훨씬 더 보수적일 것이다. 궁 안에선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으니 결국 남녀 간 일로 한나절을 달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했다. “공주마마를 시중드는 이들도 많으신데 그저 다리나 주무르라고 부르신 것은 아니겠지요.” 김신재가 넌지시 물었다. “궁녀들 손길이야 뭐 하러 쓰겠습니까. 환관이라 하나 어찌 되었든 남자의 기운이 절반은 남아 있으니 힘도 세지요.” “허나 저는 세자빈마마의 허락도 받지 않고 여기에 온 것이니 속히 돌아가 봐야 합니다. 하실 말씀이 있다면 어서 하십시오.” 이무연의 남편은 하서군왕, 병권을 잡은 대호족 가문이니 감히 가볍게 여길 상대가 아니었다. “세자빈마마께 충심이 두터운 모양이더군요. 세자빈마마의 몸에 손 한번 대보았습니까?” “세자빈마마의 옥체는 청이라 불리는 궁녀가 옆에서 모시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손댈 일은 없습니다.” “그 말은 세자빈마마께서 소부를 진정한 사내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겠군요. 내게 왔다면 날마다 허리라도 주물렀을 텐데 말이지요.” 이무연이 말했다. 김신재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무연도 고운 여인이긴 하나, 강청연과 견줄 수는 없었다. 허나 청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세자께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붙잡으라고.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