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화

김신재의 계책 덕분에, 이무열은 어깨를 으쓱이며 조정안으로 들어섰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본래의 기세가 되살아났다. “강왕 전하께 문안 올리옵니다.” 이무열이 또렷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세자 저하, 의례는 생략하시지요. 어서 앉으십시오.” 강왕이 부드럽게 권했다. 이무열은 구상철과 마주 앉았다. 둘 다 백전노장, 살과 피를 넘나들었던 사내들답게 눈빛에서조차 밀리지 않았다. 구상철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세자 저하, 강왕께서는 병력 파견을 허락하셨사옵니다.하루 후, 연제군을 이끌고 옥문관으로 향하시면 되옵니다.” 이무열은 눈을 깜빡였다. 이렇게 순순히 응할 줄은 몰랐다. ‘이러면 김신재의 계획이 어그러질 텐데...’ “구 장군께서 병력을 내주신다니 다행입니다. 다만, 저는 연제군 병영으로 가서 직접 군사를 점검할 것입니다. 십만 정예병, 한 명도 빠져서는 아니 되옵니다.” 이 말에 구상철의 얼굴이 굳어졌다. “십만 정예병? 내 군영으로 직접 가겠다는 말입니까?” 구상철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성지에 분명 십만 정예라 하였사옵니다.” 이무열은 힘을 주어 되받아쳤다. “소신은 연제 대장군입니다. 그러니 병력 편성은 제가 결정할 것입니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만 보병뿐, 더는 상의할 여자조차 없습니다.” 구상철이 딱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이는 성지를 거역하는 행위입니다. 십만 정예병, 단 한 명도 줄여서는 아니 됩니다.” 이무열은 단호히 맞섰다. 구상철은 냉랭한 시선으로 강왕을 향했다. “강왕 전하, 연제국 정병이 십만도 채 되지 않습니다. 모두 내어주고 나면, 나라를 지킬 이는 누가 있겠습니까.” 강왕은 입을 다물고 망설였다. 주상 전하가 연제의 힘을 깎으려는 속셈이야 뻔히 알고 있었다. 허나 십만 병사를 내어주고 모두 죽기라도 하면, 연제국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될 터였다. '세자 저하도 이 사정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세자 저하, 부디 조급히 생각지 마십시오. 우리도 나름의 형편이 있사옵니다.” 강왕이 조심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