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화

마차 안에 앉아 있던 강청연은 김신재가 모욕당하는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특히나 그가 ‘내시’라 조롱받는 걸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분명 저토록 유능한데, 여심을 아는 데다 배려도 깊은 사내를... 덕헌국 통틀어 저만한 사내가 또 있을까.’ 강청연은 당장이라도 구상철을 향해 쏘아붙이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섣불리 나섰다간 오늘 밤 벌어질 일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스러웠다. 게다가 김신재의 수완을 믿고 있었다. 어설픈 무장에 불과한 구상철 따위는 결국엔 철저히 짓밟힐 것이다. 강청연이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구 장군, 김 소부는 덕헌국 세자 저하께서 친히 명하여 세우신 소부입니다. 세자 저하께서 옥문관으로 떠나시며 일러두셨지요. 행궁의 모든 일은 김 소부에게 맡기라고. 그러니 제가 세자빈이라 한들, 소부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구상철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김신재 따위는 업신여기고 있었으나 지금은 강청연을 먼저 손에 넣는 것이 급선무였다. 오늘 밤을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 뒀으니. 그러는 사이 김신재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갔다. “구 장군, 세자빈께서는 그런 곳에 가실 수 없습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 말을 마치자 김신재는 채찍을 휘두르며 마차를 몰았다. “이런 망할 놈!” 구상철의 친위군들이 눈이 뒤집혔다. 어디서 감히 내시 따위가 대장군 앞에서 까분단 말인가. 명령도 기다리지 않고 친위군들이 우르르 몰려와 마차를 포위하더니 칼을 뽑아 들고는 김신재를 겨누었다. “이 썩을 놈이! 대장군 앞에서 감히 버릇없이 굴다니, 당장 무릎 꿇고 용서를 빌지 못하겠느냐!” 순식간에 사태가 커져 버리자 강청연은 화들짝 놀랐다. 지금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김신재의 안전이었다. 몸을 일으키려던 그때 김신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맑고 단단한 목소리가 거리를 가득 울렸다. “구 장군! 덕헌국 세자빈이시자 연제국 공주마마의 마차를 지금 감히 군사를 이끌고 무기를 겨누었습니까! 이건 덕헌국에 칼을 겨누시려는 겁니까? 연제국에 칼을 드시려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