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강청연의 허리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은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채 귀비탑 위에 흩어져 있었다. 강청연은 고운 웃음을 머금고 말을 건넸다.”
“어쩐 일로 오라버니께서 이리 바람처럼 찾아드셨는지요?”
아무리 눈앞의 구상철이 가증스럽다 하나 지금은 김신재의 계획을 위하여, 뱃속의 아이를 위하여, 강씨 가문의 나라를 위하여 강청연은 끝내 인내해야만 하였다.
구상철은 연제국에서 이십 년을 병권을 쥔 인물이었기에 그를 먼저 베어 경을 삼고 싶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상철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당연히 그대의 머리칼에 깃든 향풍을 좇아 왔지 않겠는가.”
강청연이 부드럽게 웃어 보이자 구상철은 다시금 우쭐대기 시작했다.
‘역시 오랫동안 깊은 궁궐에 갇혀 있던 처녀란 말야. 사내의 손길을 그리워할 만도 하지.'
허나 그는 이곳이야말로 그가 평생 쌓아 올린 야망이 산산조각 날 무대가 될 것임을 전혀 깨닫지 못하였다.
청이와 춘향이 일어나 강청연의 머리를 다시 닦아드리려 하자 구상철은 큼직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너희는 물러가라. 내 사랑하는 부인이 친히 청연이를 모실 것이다.”
강청연은 재빠르게 거절했다.
“어찌 언니를 번거롭게 하겠습니까. 하인들도 있는데요.”
구상철은 껄껄 웃으며 답했다.
“하인들은 거추장스러울 뿐이지. 나흘 닷새 얼굴도 못 보았는데 청연이와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화영아, 허락해 주겠는가?”
은화영은 속으로는 심기가 불편했지만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마마의 머리를 매만질 수 있다니 언니로서 더없는 영광이지요.”
그러면서 속으로는 이를 갈았다.
‘이 강청연이 구상철 손에 넘어간다면 장군부에서 내 애첩 자리도 위태로워지겠지.'
은화영은 걸음을 옮겨 깨끗한 백포를 집어 들고 강청연의 머리끝에 맺힌 물방울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입을 열었다.
“대장군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공주마마께서 태어날 때부터 백란향이 은은히 퍼진다 하셨지요. 이 세상에 하나뿐인 체질이라 사내들은 물론이거니와 저 또한 여인임에도 정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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