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 씨,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 나와 진우 씨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양아현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억울함이 묻어났다.
“왜요? 침대에서 뒹구는 걸 목격해야만 뭔가를 했다고 인정할 거예요?”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낮춘 성유리는 눈빛에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성유리!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얼굴이 갑자기 차가워진 박진우의 모습에 성유리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엄마! 아현 이모랑 아빠 괴롭히지 마요!”
이때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대화를 끊어버렸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든 성유리는 곁으로 달려온 아들을 발견했다.
박강현은 앞에 와서 박진우와 양아현 앞을 가로막더니 작은 손바닥을 펼치고 성유리를 올려다보았다.
아이의 눈빛에 경계심이 잔뜩 들어 있는 것을 본 성유리는 순간 마음이 식었다.
아이만 아니었다면 두 사람이 키스하더라도 쳐다보지 않았을 것이다.
성유리는 그들을 무시하고 바로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빠 엄마가 또 아현 이모를 괴롭히려는 거예요?”
뒤에서 아이가 질문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성유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보지 않으면 마음이 오히려 편했다.
거실에 도착하니 박철용이 한참 뉴스를 보고 있었다.
성유리가 오는 것을 본 박철용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었다.
“네가 올 줄 알았어.”
성유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담담히 웃었다.
“할아버지 요즘 컨디션 어때요? 호흡 곤란은 나아졌어요?”
“이미 많이 나아졌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박철용은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가득했다.
성유리는 손을 내밀어 박철용의 맥을 짚었다.
“그럼 맥 좀 볼게요.”
“그래.”
맥을 보는 동안 박철용은 담담히 말했다.
“오늘 저녁은 여기서 먹고 가. 진우와 강훈도 왔고 지훈이도 곧 올 거다. 다들 오랜만에 모이는 거야.”
성유리는 박지훈도 온다는 말을 듣고 동공이 살짝 흔들렸지만 양아현도 여기 있다는 생각에 성유리는 단호히 거절했다.
“아니에요. 친구가 집에서 밥을 해놓고 기다려서 돌아가야 해요.”
“오랜만에 왔는데 내 말 좀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