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는 낮은 소리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3년 전의 장면들이 다시 눈앞에 떠올랐다.
양아현을 감싸고 편애한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박진우는 자신의 사심을 이런 우스운 변명으로 덮었다.
심지어 성유리가 박진우를 양아현에게 넘긴 거라고 말했다.
방을 떠나기 전 성유리가 차갑게 웃었다.
“우리 아들 앞에서는 그러지 마세요. 만약 강훈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다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니까.”
걸음을 멈춘 박지훈은 뒤를 돌아 그녀를 노려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눈엔 내가 그 정도로 저질인 것 같은 거야?”
“본인이 스스로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성유리는 박지훈을 무시하고 발코니 쪽으로 걸어갔다.
쾅.
문을 닫는 요란한 소리가 방안에 퍼졌다.
문소리가 나는 순간 걸음을 멈춘 성유리는 눈을 살짝 감으며 한동안 제자리에 서 있다가 점차 정신을 차렸다.
다시 발코니로 향하던 순간 옆의 발코니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자 걸음을 멈추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두 손을 유리 난간에 올려놓은 박지훈은 흰 셔츠 소매를 살짝 걷어서 탄탄한 팔뚝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고는 등을 약간 구부린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지훈이 있는 발코니는 불이 꺼져 있었다. 성유리 쪽 발코니의 불빛이 비쳤지만 남자의 약간 붉어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분명히 조금 취했지만 완전히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
박지훈은 여기에 얼마나 오래 서 있었을까...
방금 그녀와 박진우의 대화를 다 들은 건 아닐까?
“대표님, 왜 안 쉬고 있어요?”
호기심에 사로잡힌 성유리는 가까이 다가가 유리에 기대며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성유리를 몇 초 동안 응시하던 박지훈은 갑자기 다가오더니 두 손을 그녀의 하얀 목 뒤에 올려놓고는 위에서 아래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좁혀진 거리에 성유리는 심장이 이유 모르게 빨리 뛰기 시작했다.
박지훈은 성유리의 눈을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담담히 말했다.
“왜 작은아버지라고 안 불러?”
본능적으로 침을 삼킨 성유리는 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