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8화

“그러고 나서는?” 박지훈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박진우와 크게 충돌했어?” “충돌은 크게 없었습니다.” 성훈이 갑자기 말을 망설이었다. “그냥...” 박지훈의 얼굴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말해!” 성훈은 이를 악문 채 천천히 말했다. “박진우 씨가 계속 성유리 씨에게 강제로 키스하려 했고 그런... 걸 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이 말에 옆에 앉아 있던 정영준은 본능적으로 숨을 죽이더니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듯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이 얘길 내가 들어도 될까? 들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온몸으로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는 박지훈은 계획서를 들고 있던 손마저 힘이 들어갔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단지 상상만으로도 박지훈은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이미 이혼 서류에 서명을 했는데도 감히 그렇게 방자하게 행동하다니. 조카가 정말 처신이 더럽군!’ 성훈은 박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한마디 물었다. “대표님, 성유리 씨 계속 따라붙을까요?” “됐어.” 극도로 냉담한 어조로 말한 박지훈은 얼굴이 잔뜩 어두워져 있었다. “다 나가.” 정영준과 성훈은 서로 얼굴을 쳐다본 후 재빨리 자리를 떴다. 딸깍. 문이 닫힌 방안, 실내는 순식간에 고요에 빠졌다.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걸어간 박지훈은 담배 한 대를 꺼내 주저 없이 불을 붙였다. 오늘은 그들이 연락이 끊긴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이 사흘 동안 전화 한 통, 문자 메시지 하나 없이... 하... 박진우가 그렇게까지 했으면 적어도 본인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휴대전화를 꺼내 성유리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결국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재킷을 집어 든 후 사무실을 나섰다. 한밤중, 술집. 박지훈이 테이블에 앉자마자 부진원이 왔다. “네가 나보다 더 일찍 올 줄이야.” 자리에 앉은 부진원은 술 몇 병을 연이어 시켜 여러 잔을 따른 후 한 잔을 들어 박지훈 앞으로 내밀었다. “말해 봐! 너와 성유리, 현재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어? 어디에서 막힌 거야?” 잔을 받던 박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