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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박지훈의 병상 옆에 앉은 성유리는 그의 손을 잡을 용기조차 없었다. 손을 대기만 해도 박지훈이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한주에 잠깐 있다가 갈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큰 변고가 생길 줄 성유리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정말 우연히 일어난 걸까? 성유리는 누군가가 일부러 이런 일을 꾸민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박지훈의 얼굴을 바라본 성유리는 그날의 상황을 계속해서 생각해 봤다. 그때 그 차는 마치 일부러 그녀를 향해 돌진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박지훈이 나서서 성유리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지금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은 아마도 성유리였을 것이다. 박지훈은 기억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성유리를 지키려 했다. 콩알만 한 눈물이 얼굴에서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이렇게 된 이상 아무리 울어도 소용없어.” 성유리 곁으로 다가온 박진우는 그녀의 등 뒤에 손을 얹으며 조용히 위로했다. “경성 쪽은 이미 얘기해 두었어. 작은아버지 상태가 안정되면 사람 시켜 모시고 갈게.” 성유리는 박지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할아버지께는 말씀드렸어요?” “아직 얘기 못 했어.” 박진우는 솔직하게 말했다. “차마 입이 안 떨어져서 얘기 못 했어. 갑작스럽게 얘기하면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성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왔다. 박진우도 성유리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문을 닫은 후 성유리는 정영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운전자는 아직 살아 있나요?” “현장에서 즉사했습니다.” 한숨을 쉬며 말하는 정영준의 한마디에 성유리는 본능적으로 목이 메었다. 목이 꽉 메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이 수사 시작했나요? 어쩌다 그런 건지 확인이 됐나요?” “현재 확인한 바로는 브레이크 고장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좀 더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 일 배후에 분명 누군가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그 운전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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