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해외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방부터 구했다. 그와 동시에 국내 동향을 주시했고 지인이 종종 소식을 전해왔다. 내가 떠난 다음 날, 이씨 가문 도련님은 노발대발하며 노정 곳곳을 샅샅이 뒤졌다. 오로지 ‘윤세아’라는 여자를 찾기 위해. 윤아린은 내가 김정훈과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해서 두려운 나머지 야반도주했다고 말했을 게 뻔했다. 그리고 3번째 날, 둘은 결국 재결합에 실패했다. 이씨 가문은 윤씨 가문과의 모든 거래를 끊었고 김정훈도 절교했다. 지인이 말하길 김정훈이 펄쩍 뛰면서 이강현을 찾아갔지만 매번 문전박대당했다고 했다. 김정훈의 처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알 바도 아니었다. 게다가 윤아린을 좋아하는 만큼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누명을 쓰는 것쯤이야 기꺼이 감수하지 않겠는가? 일주일이 되는 날 지인한테서 연락이 왔다. “이강현이 갑자기 사라졌어. 아마도 네가 어디 있는지 알아낸 것 같아. 아는 사람한테 물었더니 전용기도 안 보인다네? 다른 데로 도망갈 거야?” 도망이라니? 그가 찾아오도록 하는 게 바로 내 목적이었다. 나를 찾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리면 단서라도 흘릴 생각이다. 이곳은 한창 눈이 내렸고, 편의점에서 나서는 순간 미행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내가 구한 집은 그리 크지 않았고 골목 안쪽에 있다. 늦은 밤, 눈송이가 휘날렸고 가로등이 희미한 불빛을 내뿜었다. 코너를 도는 순간 누군가가 나를 벽으로 밀치고 목을 깨물었다. “악! 이거 놔! 만지지 마. 나 유부녀야.” 이내 버둥거리는 척하며 넌지시 말했다. “돈을 원하는 거야? 줄게! 내 남편 누군지 알아? 바로 이강현이야. 엄청 대단한 사람이거든? 손가락 하나 건드리기만 해 봐. 널 죽일지도 몰라.” “윤세아, 어설픈 연기 그만해.” 갑자기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검은색 코트를 입은 이강현이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었다. “형부?” “누가 네 남편이야?” 그는 내 멱살을 움켜쥐었다. 감정 변화를 찾아보기 어려운 남자의 잘생긴 얼굴에 노기가 가득했다. “잘도 숨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