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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장

남자의 침략성은 정말이지 아주 강했다. 그것도 아무런 기척도 없는 것이라 왠지 모르게 자신이 완전히 간파당한 기분이 들었다. “제가 무서운가요?” 주민환의 낮은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그녀의 귓가를 훑었다. 정지연은 온 몸이 다 저릿해지는 것 같앗다. 유혹이었다! 지금 이 남자는 자신을 유혹하는 게 분명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그의 가슴팍을 밀었다. 정교하고 깨끗한 작은 얼굴이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돌린 그녀는 투덜대듯 말했다. “아니에요.” 주민환의 검은 눈동자에 감정이 일렁거렸다. 큰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턱 잡은 그는 그녀의 얼굴을 돌려 시선을 마주햇다. “그럼 왜 절 보지도 못하는 거예요? 제가 뭐라도 할까 봐 그래요?” “이러지…마요…읍.” 이마에 식은땀 까지 나기 시작한 정지연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민환은 이미 몸을 숙인 뒤 고개를 내렸다. 조금 차가운 입맞춤이 조용히 그녀의 옅은 입술에 닿았다. 옅은 온기가 전해지더니 순식간에 온몸에 퍼졌다. 정지연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로 맞닿은 온기는 따스한 햇살을 지나는 바람같이 조용히 공세를 펼치더니 순식간에 거친 파동을 일으켰다. 늘 평온하기 그지없던 마음에 억누르기 힘든 떨림이 전해졌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녀의 저항을 받긴 했지만 주민환은 그래도 강세를 보이며 늘 하고 싶었던 일을 했다. 그는 역시 아무런 반감도 없었다. 다른 여자가 가까이 다가올 때처럼 괴로울 정도의 반감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다. 심지어, 이런 체험은 그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사람을 휩쓸리게 만들었다. 상대가 그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물론 거부하던 정지연의 힘은 그에게는 별 것 아니었다. 그러다 옆에 놓아둔 휴대폰이 크게 진동을 시작하고 품에 안긴 여자의 버둥거림이 심해지기 시작할 때쯤에야 주민환은 천천히 물러섰다. 아직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그녀를 주시했다. 정지연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흐트러진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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