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르신. 희원 씨는 어르신 후손이니까 당연히 상회 테스트에 응시할 자격이 있죠.”
권진욱은 과거 노인을 살려둔 것을 이미 후회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때 노인을 죽여버렸으면 지금 이렇게 고생하지는 않을 텐데.
누군가 경씨 가문을 견제하기 위해 이 노인을 이용하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진작 그를 없애버렸을 거고 지금처럼 그 앞에서 대놓고 진욱이라고 부르지도 못했을 거다.
“그럼 다행이네.”
경민규는 그의 표정도 무시한 채 지팡이에 기대어 말했다.
“방금 여러분 모두가 내 앞에서 내 손녀를 헐뜯는 것을 듣고 다들 상회를 설립한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잊은 줄 알았는데 진욱이가 잊지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그게 아니고 상회 구성원 전부 점쟁이가 됐으면 내가 저세상으로 가서 이상과 포부를 가진 선조들을 마주할 면목이 없을 뻔했어요.”
이 말은 권진욱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동시에 김혜주의 체면을 깎았다.
멀쩡한 상회가 지금 점쟁이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면 그건 꼭두각시와 다를 게 뭐가 있겠나.
진희원은 옆에서 듣고 있다가 외할아버지에게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뒤에서 누군가 지켜준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아주 통쾌했다.
두 가문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먼저 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진희원은 외할아버지가 자신이 상회에서 수동적인 위치에 놓이는 걸 두고 보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외할아버지의 병을 고치지 않았어도 외삼촌이 상회에서 그녀를 저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씨 가문은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집안이 아니니까.
‘이것 봐. 결국 다 창피한 꼴을 당했지.’
옆에 서 있는 진희원의 눈가 눈물점이 반짝였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경민규가 하는 말을 경청했다.
권씨 가문을 무너뜨릴 더 직접적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벤처 투자자라는 신분을 폭로해도 권씨 가문의 사업 체제는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었다.
아직 그렇게까지 할 상황은 아니었고 중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