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현민은 곧바로 조카의 어깨를 토닥이며 크게 웃었다.
“닮았지. 나처럼 멍청하고 모질지 못하고 남을 쉽게 동정하고 쉽게 속지.”
오늘 희원이가 건넨 물건만 봐도 젊었을 때 지나치게 친구를 믿어서 생긴 오점이 아니던가.
“희원이랑 다니는 게 너한테도 좋아.”
경현민은 경인우에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경인우는 사촌 동생이 사람을 잘 때린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나이도 그가 더 많을 테고 경영대학원을 다녔으니 재능은 없더라도 아는 게 조금 더 많지 않을까?
경인우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런 자리에서 감히 말을 꺼낼 수가 없어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진희원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면서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전화벨이 울렸다.
서지석의 전화였고 말없이 그저 손가락으로 마이크를 두드리자 진희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애정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나중에 볼게. 배 안 고파? 배고프면 뭐 좀 먹어.”
서지석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얼굴을 하고 휴대폰을 든 채 문자를 보냈다.
[배 안 고파요. 걸어 다니는 은행이 절 레스토랑에 데려가서 밥 사줬어요. 밀크티도 사줬어요.]
“걸어 다니는 은행?”
진희원은 어리둥절했다.
‘어디서 나타난 사람이지? 설마...’
곧 진희원의 생각이 맞다는 걸 증명하듯 저쪽에서 중저음의 낮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지석 옆에는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역시나 그녀의 사랑스러운 약혼자였고 서지석이 그를 부르는 호칭을 봤는지 모르겠다.
진희원이 목을 가다듬었다.
“알다시피 걔 많이 먹어요.”
“은행이 식사 정도는 제공할 수 있죠.”
윤성훈이 느긋한 어투로 말했다.
“요즘 일이 좀 있어서 서지석 빌릴게요.”
진희원은 사랑스러운 약혼자가 서지석을 데리고 가야 할 일이 뭔지 궁금했고 그가 물어보려는 순간 양성휘 측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업무가 중요했기 때문에 다음번에 직접 만나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윤성훈 역시 진희원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그동안 그는 마지막 영혼을 찾아낼 생각이었다.
진희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