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장공주의 손등 위로 푸르스름한 힘줄이 일렁이더니 끝내 두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그녀는 심화영을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제 아들이 이런 성정을 좋아한다는 걸 알기에 일단은 이를 삼키고 말았다. 허나 장공주 또한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기에 심화영을 노려본 뒤, 이내 눈길을 삼황자와 손 상서에게 슬쩍 흘겼다. 조정의 세자 책봉 싸움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었다. 삼황자 원태영과 대제국의 세자 원시경은 이미 불구대천의 원수였는데 전씨 가문이 원시경의 편이니만큼 자연스레 전강훈과 심화영의 혼약은 원태영에게 있어 거슬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삼황자로서는 이 혼사가 파혼되기를 바랄 터였기에 오늘 손 상서가 저리도 성급히 달려들어 혼약서의 찢긴 조각을 낚아챈 것 또한 이를 발판 삼아 혼약이 파기되었다는 증거를 확실히 쥐려는 속셈이었다. 심화영의 본래 성정이라면 혼약서를 찢어버린 일쯤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법도 하다. 허나, 그녀가 이후 아무렇지 않게 감정을 감추는 모습을 보이자 장공주의 눈빛에는 의심이 차올랐다. 그 시선은 점차 깊어졌고 이에 삼황자와 손 상서는 저도 모르게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 두 사람은 마음이 불안했으니 방금 심화영이 말한 “날뛰는 자”가 혹 자신과 송연정을 겨눈 말이었을까 불안에 휩싸였다. 그러나 곧 또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예전의 심화영이 정말이지 멍청했으니까. 그녀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이 점차 복잡해졌다. 허나 심화영은 전생의 치욕스러운 경험을 겪어낸 자였기에 고작 그런 눈길 따위에 흔들릴 리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고개를 곧게 들고 태연히 그들의 시선을 마주했다. 오히려 삼황자는 눈길을 피하며 애써 시선을 돌렸다. 손 상서는 찢긴 혼약서 조각을 든 채로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삼황자와 상의하고자 몸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황자석과 신하석의 거리가 그에게 뜻밖의 족쇄가 되었기에 그저 자리에서 땀만 흘릴 뿐이었다. 그때 문득 안쪽에서 송연정이 뺨 오십 대를 맞고 축 늘어진 채 끌려왔는데 마치 죽은 돼지처럼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정성껏 그려 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