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온성해라는 자는 키는 크지 않았지만 푸른 선비복을 입고 있어 얼핏 보면 글 읽는 선비 같기도 했으나 장사치의 구린내가 그의 정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다만 바닥으로 던져진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두리번대다가 삼황자에게서 시선이 멈추었다. 심화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삼황자를 보았다. 그녀가 알기로는 삼황자의 심복인 온성해는 삼황자가 경남에서 몰래 데리고 온 사람이었다. 그가 경성에서 연 책방도 삼황자가 뒤를 봐주고 있어 사실상 삼황자의 소유기도 했다. 전생에서 온성해는 성해책방에 숨어 있었고 삼황자는 매번 그를 찾아가 성지 위조를 의뢰하고 황제를 독살하라고 시켰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나중에 삼황자가 비밀에 부치기 위해 온성해의 일가족을 몰살했는지 아닌지는 그녀는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 온성해가 삼황자를 빤히 보는 모습이 황제의 의구심을 일으켰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삼황자는 표정이 일그러지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폐하를 아뢰고도 예를 갖추지 않고 나를 왜 빤히 보는 것이냐! 당장 예를 갖추지 못할까!” 이것은 그를 깨우쳐 주는 것이기도 했고 협박하는 것이기도 했다. 심화영은 황제의 안색을 슬쩍 살펴보았다. 역시나 황제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황제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삼황자를 보다가 온성해를 보았다. 그 모습을 본 심화영은 원하는 바를 이루어 속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황제는 원래부터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 의심이 아니었다면 삼황자의 이간질을 듣고도 심씨 가문과 전씨 가문의 사이가 틀어지게 내버려두었겠는가. 하지만 심씨 가문과 전씨 가문의 권력보다 황제가 가장 질색하는 것은 바로 옥새와 성지를 위조하는 짓 같은 음험한 수작이었다. 이곳에 있던 모든 이가 온성해가 들어오자마자 삼황자만 빤히 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삼황자가 버럭 소리를 질러 시선을 돌리긴 했지만 황제의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