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의 분위기는 놀라울 정도로 편안했다.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이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세세한 배려 하나하나가 조하린의 마음 깊숙이 특별한 온기를 남겼다.
그 따뜻함이 너무 진해서 잠깐이지만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TV를 보려 할 때 조하린은 예의를 갖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숙소로 돌아온 후에는 평소보다 더 깔끔히 씻고 오랜만에 기분 좋게 피부 관리까지 했다.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이 흐르는 고요함과 여유가 너무 오랜만이라 낯설 정도였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하얀 천장을 바라보다가 아담하지만 곳곳이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이 작은 집을 천천히 둘러봤다.
가슴에 무언가가 꽉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을 때 문득 떠올랐다.
신도현은 언제쯤 자기가 떠난 걸 알게 될지 궁금했다.
아마 알게 되더라도 기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녀가 떠난 이상 이제는 아무도 그와 강지유 사이에 끼어들 방해물이 없었다.
그 일련의 날들 속에서 조하린은 강지유 역시 신도현에게 미련이 남아 있다는 걸 분명히 느꼈다.
특히 신도현이 그녀에게 신장을 기증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도 감동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쯤 두 사람은 원하던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 순간 그녀는 스르르 잠에 들었다.
어떤 꿈도 꾸지 않은 채 숙면을 취했다.
호주에 막 도착한 그녀에게 모든 것이 낯설었다.
게다가 전에 겪었던 일들이 몸과 마음을 너무 지치게 해서 당분간 일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조하린은 마음도 정리할 겸 이곳을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
며칠 뒤, 그녀는 세인트 메리 성당에서 예배에 참석했다.
아침 종소리와 사람들이 보여주는 진지하고 엄숙한 태도 앞에서 마음이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그 뒤에는 현지 투어에 합류해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을 둘러봤다.
화려한 색감으로 가득한 작품들을 보며 조하린은 이 세상에는 자신이 몰랐던 또 다른 모습이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