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0장 한수호가 이서아를 달래다

이서아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후가 한참 지나 있었다. 한수호에게 한참 시달린 후 밖은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이 호텔 스위트룸은 꽤나 좋았다. 앞에는 이보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 큰 창문을 통해 구름 사이로 슬며시 떠오른 달을 볼 수 있었다. 이서아는 이불 속에서 반쯤 잠들어 있었다. 한수호는 옷을 다 입고는 침대 가장자리에 한 쪽 무릎을 꿇고 그녀를 깨우려고 손을 뻗었다. 이서아는 한수호가 또 무슨 짓을 하려는 줄 알고 견딜 수 없어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더 깊이 숨었다. 그녀는 오후에 그와 ‘신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한수호는 그 문제를 마음에 담아 두고 이서아에게 다른 여자가 있을 거라고 의심하지 말라고, 두 번 다시 언급하지 말라고 강요했다. 이서아가 더 이상 못 하겠다고 애원했을 때, 한수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녀는 그가 정말 오랫동안 깨끗하다는 걸 믿지 않았던 거냐고... 사실 이서아는 한수호가 오랫동안 관계가 없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 그녀가 궁금했던 건 그와 백인하의 관계였다. 하지만 이서아가 그걸 물어보면 한수호는 또다시 신분 이야기를 꺼내며 여자 친구만이 그를 심문할 자격이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녀가 여자 친구가 되고 싶냐고 묻는 것이었다. 이서아가 대답하지 않으면 한수호는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혔고, 그렇게 둘은 끝없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한수호는 이서아가 이불 속에서 머리 꼭대기만 빼꼼 내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불을 조금 더 당겼지만, 이서아는 그만큼 몸을 더 아래로 움츠렸다. 한수호가 다시 이불을 당기자, 그녀는 더욱 아래로 숨었다. 한수호는 몸을 굽히며 부드럽게 말했다. “순둥아, 오늘 새해잖아. 거리도 구경할 겸 나랑 같이 나가지 않을래?” 이서아는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힘이 풀려서 그냥 잠만 자고 싶었다. “싫어요. 안 나가요.” “그럼 계속 침대에서 하루를 보내겠다는 거야?” 이서아는 그의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눈치채고 바로 이불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