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아는 권소혜가 건넨 약을 받아 급히 가방에 넣었다. 하지만 권소혜는 그녀가 약을 먹지 않는 것을 보고 물었다.
“왜 안 먹어요?”
그 후 권소혜는 이서아의 무명지에 있는 반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대표님이랑 결혼하려는 거예요? 아이도 가질 생각이고?”
그러자 이서아는 미소를 살짝 거두며 말했다.
“어젯밤에 수호 씨가 아이 얘기를 하긴 했는데 전 아직 고민 중이에요. 사실 몇 달 전에 검사받았는데 예전에 유산을 한 적이 있어서 자궁 내벽이 얇아졌다더라고요. 임신하기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권소혜는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은 확실히 아이를 가질 결심이 들지 않았다면 임신하기 어려운 체질이라도 방심하지 말라는 거예요. 나중에 임신하게 되었을 때 정말 원하지 않는데도 불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는 상황이 생길 수 있잖아요.”
이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해 볼게요.”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이서아는 권소혜를 오늘 저녁 집에 초대했다.
“어차피 저희 집은 저랑 부모님 세 명뿐이에요. 명절은 사람이 많을수록 좋잖아요.”
권소혜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됐어요. 1년에 한 번뿐인 섣달그믐이잖아요. 서아 씨 가족끼리 단란하게 보내요. 난 로펌 가서 내년 재판 준비하려고요.”
“정말 같이 안 갈래요?”
“어서 가요. 어머님 걱정하시겠어요.”
권소혜가 고집을 피우자 이서아는 혼자 차를 타고 봉천진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도우미도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쉬는 날이라 저녁의 명절 음식은 진영자가 직접 준비했다.
이서아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소매를 걷어붙이고 앞치마를 두르더니 부엌에 들어가서 도왔다.
그때 한수호가 메시지를 보내 물었다.
[뭐 하고 있어?]
이서아는 도마 위의 생선을 찍어 그에게 보냈다. 생선은 이미 내장을 꺼낸 상태로 피가 흥건했다.
그러자 한수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세 개의 점만 보내왔다.
[...]
어이없어할 한수호의 반응을 상상하며 이서아는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서야야.”
뒤에서 갑자기 들리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