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아가 이렇게 질문한 건 결혼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
한수호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자신의 품에 끌어당겼다.
방금 넥타이를 푸느라 셔츠 위쪽 단추 두 개도 풀린 상태였는지라 그의 길고 우아한 목과 두드러진 쇄골이 드러나 있었다. 성숙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가 말했다.
“방금 달력을 계속 넘기고 있던데 무슨 생각이라도 있어?”
“달력을 본 건 곧 중요한 날이 다가오는 것 같아서였어요. 그래서 봤더니 내 생일이 다가오고 있더라고요... 이제 나 좀 놔줘요.”
이서아는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 정도의 힘으로는 한수호를 밀어낼 수 없었다.
한수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물었다.
“언제가 생일인데?”
“다음 주 월요일이요.”
그가 전혀 몰랐다는 표정을 짓자 이서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많이 좋아했다고 하더니 내 생일도 기억 못 하네요.”
그러자 한수호는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한수호는 이서아에게 이마를 살짝 대며 그녀가 지금 그를 완전히 거부하지 않고 있음을 느꼈다.
이서아의 마음은 차가웠지만 동시에 부드럽기도 했다.
달래기 어려운 동시에 한 번 마음을 건드리면 금방 달래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한수호가 이서아의 ‘포인트’를 잘 찔렀다는 것이었다.
그는 말했다.
“네가 생일을 챙겼던 적이 없으니까 그렇지.”
“그건 대표님이 관심을 안 둬서 그런 거겠죠. 지난 생일에도 하나랑 같이 가서 샤브샤브 먹었고 하나가 생일 케이크도 준비해줘서 직원들이 케이크를 가져오면서 생일 노래도 불러줬거든요?”
이 말을 들으며 한수호는 함께한 시간 동안 이서아의 생일을 한 번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자책감이 들었다. 그가 정말 잘못한 부분이었다.
이때 이서아가 말했다.
“아직 결혼 날짜를 못 정했다면 내 생일인 다음 주 월요일로 정해요.”
그녀는 생일에 맞춰 결혼식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한수호가 물었다.
“결혼할 마음이 생긴 거야?”
그러자 이서아가 한수호의 눈을 바라보았다.
“생일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