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0장 그 자식이 뭐라고

이서아의 몸을 닦아준 임정우는 침대맡에 놓인 작은 램프를 켜고 책을 한 권 집어 이서아에게 읽어줬다. 의사는 이서아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려줘야만 자극을 받아서 깨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에 임정우는 틈만 나면 이서아를 보며 혼잣말을 늘어놓았지만 더는 화제가 고갈되어 책을 읽어주는 걸 선택했다. 임정우의 저녁을 챙겨온 지강철이 침대에 누운 이서아를 보며 망설이다가 물었다. “대표님, 이서아 씨 혹시 못 깨어나는 거 아니겠죠?” 임정우는 멈칫하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아니. 절대 그럴 리 없어.” 지강철은 이미 보름이나 흘렀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도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전 아직도 그때 수원에서 이서아 씨 몰래 찍다가 들켰을 때가 생각나요. 그땐 정말 보기 좋았는데.” 임정우는 넋을 놓고 있다가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린 채 읽던 페이지를 넘겼다. “앞으로도 그럴 거야.” 지강철은 죄책감에 머리를 푹 숙였다. “이서아 씨 깨어나면 사과도 하고 해명도 할게요. 사모님을 안전하게 지켜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어요.” 임정우는 대꾸하는 대신에 그저 물러가라고 손을 저었다. 지강철이 나가고 임정우는 삐져나온 이서아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다 손이 얼굴에 살짝 닿았다. 임정우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아야, 얼른 일어나.” “한수호 때문에 이렇게 쓰러져 있는 거라면 너무 아깝잖아. 그 자식이 뭐라고. 키워준 어머니의 죽음 때문에 깨어나지 못하는 거라면 괜찮아. 내가 다 복수해 줄게. 아니,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해줄게.” 이서아의 손이 이불속에서 살짝 움직였다. 이를 발견하지 못한 임정우는 계속 이서아에게 책을 읽어줬다. 그렇게 시간은 하루하루 속절없이 흘러갔다. 목적지가 먼데다가 유람선의 항행 속도가 빠르지 않았기에 꼬박 스무날을 바다 위에서 보냈다. 이서아는 아직도 조용히 잠만 잤다. 임정우가 어젯밤 읽어준 동화에 나오는 잠든 공주 애라처럼 말이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했고 햇살을 듬뿍 머금은 바다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임정우는 김지영에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