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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장

“서우야. 설마 여기까지 나와서 엄마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한은실이 활짝 웃으며 보따리를 들고 임서우에게 달려갔다. 임서우는 자기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몸이 한은실을 경계하고 있었다. “얘는. 피하긴 왜 피해.” 한은실이 보따리를 내려놓으며 임서우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임서우가 다시 한번 이를 피하더니 물었다. “또 뭘 꾸미시는 거예요?” “나 네 엄마야. 내가 하면 뭘 한다고 그래?” 한은실이 억지로 눈물 몇 방울을 쥐어짰다. “아직도 엄마 탓하는 거야? 손은 좀 어때? 한번 봐봐.” 임서우는 손을 등 뒤로 감췄다.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입어서 그런지 그 누구도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제 일은 상관하지 마세요. 다른 용건 없으면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고요.” 한은실이 넋을 잃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임서우가 마음에 담아두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한은실은 최대한 인내심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서우야, 나는 너의 엄마잖니.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어. 설마 엄마랑 평생 그렇게 척지고 살 거니?” 이 말에 임서우는 화가 치밀어오르다 못해 웃음이 나왔다. “하긴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죠.” 한은실은 임서우가 마음이 풀린 줄 알고 흥분하며 말했다. “그래, 그게 맞지. 엄마랑 병원에 좀 가보자. 얼마가 필요하든 간에 손은 꼭 치료해야지.” 임서우가 살짝 놀랐다. 한은실이 찾아온 원인이 그녀의 손 때문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근데 왜지?’ 임서우는 한은실이 그녀의 손을 걱정해서 온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됐어요. 내가 알아서 할 거예요.” “네가 알아서 뭘 할 수 있는데?” 한은실이 다급하게 쏘아붙였다. “하성이도 곧 너랑 이혼할 텐데 손에 돈도 없는 애가 직장까지 잃었으니 무슨 방법이 있어?” 한은실이 다시 손을 내밀어 임서우를 잡아당기려 했다. “얼른 나랑 병원 가자. 빨리 손 치료해야지.” 임서우가 무언가 눈치챘다. “내 손이 빨리 낫기를 바라나 봐요?” “당연하지.” 한은실의 얼굴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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