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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그녀는 그가 이곳을 기억하고 있어 자신이 기억을 잃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게 하려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윤성빈은 뚜렷한 손목뼈가 드러나는 손으로 핸들을 꽉 잡으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채시아, 그 아이는 어떻게 됐어?” 그는 여전히 신도영이 채시아의 의료 기록을 건네줬을 때 임신 2주라고 적혀 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물어보지 않은 건 채시아가 먼저 말해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아이란 단어를 들은 채시아의 눈동자가 갑자기 흔들렸다. “무슨 아이요?” 윤성빈은 차를 멈추고 채시아를 바라보며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그때 임신한 걸 알아.” 그의 깊은 눈동자는 채시아를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 채시아는 그가 이미 채하진을 발견했을까 봐 두려웠다. 준비는 했지만 윤성빈을 마주할 때마다 아이들을 빼앗길까 봐 공포가 밀려왔다. 그녀는 간신히 침착함을 유지했다. “기억나는 건 주치의님이 유산했다고 말씀하신 것뿐이에요.” 윤성빈의 기분은 순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애초에 그 아이가 살아있을 리 없었다. 살아있었다면 채시아가 혼자 돌아올 리 없었을 테니까. 그동안 보낸 사람들도 아이에 대한 보고는 없었고 당시 채시아의 몸 상태로는 출산 자체가 불가능했다. 목이 멘 윤성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채시아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차분함을 잃고 박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 너머에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채시아, 무슨 일이야?” 박지훈은 채시아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연락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늘 윤성빈이 날 찾아와 아이에 관해 물었어. 내가 임신한 적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잠시 후, 박지훈의 안심시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하지 마. 하진이와 윤학이의 출생일은 이미 변경해 뒀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채시아는 자신이 순간적으로 흔들렸음을 깨달았다. “두려워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 아무도 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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