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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장

강리아는 박시후를 등진 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장수경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그러다 한참 뒤 장수경은 드디어 조용해졌다. “알았어요. 다른 용건 없으면 끊을게요.” 강리아는 장수경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이곳으로 돌아온 게 박시후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가 아니니 곧 돌아가겠다고 할까? 그렇다면 오히려 장수경의 끝없는 비난이 쏟아질 거고 전화상으로 긴 싸움이 이어질 거다. 결국 강리아는 장수경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게끔 내버려두고는 온돌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온돌방 모퉁이에서 박시후는 징징 울리는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에는 장수경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박 서방, 리아가 보기는 얌전해도 자존심이 세고 고집이 좀 세니까 자네가 좀 이해해. 내가 평소에 잘 가르칠 테니까 요즘 잘 지내.] 비록 강리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장수경은 자기 딸이 억지로 돌아갔다는 걸 알아챘다. 때문에 당연히 강리아가 이 기회를 망치도록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건 강리아가 박시후 곁으로 돌아갈 어려운 기회니까. 장수경은 박시후가 강씨 가문을 무시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뻔뻔하게 얼굴에 철판 깔고서라도 박시후에게 문자를 보냈다. 박시후는 그 문자에 답장하지 않았다. 다만 문자를 보는 몇 초 동안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2시간 후, 최여정은 점심을 먹은 뒤 떠날 준비를 했다. 그때 강리아가 입을 열었다. “할머니, 제가 마침 일이 있어서 할머니 차로 같이 가요.” 강리아는 핸드폰을 챙겨 따라 나가려고 준비했다. 그때 허리가 갑자기 조여 들더니 남자의 긴 팔이 감싸오며 강리아를 뒤로 끌어당겼다. 그 때문에 강리아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치다가 박시후의 몸에 거의 기대다시피 넘어졌다. 박시후는 겉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지만 말투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철없긴. 할머니께 데려달라고 부탁하려고? 나중에 내가 직접 데려다줄게. 응?” 박시후가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얇은 입술은 강리아의 귀에 바싹 붙었다. 위협적인 말투에 강리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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