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누나, 나랑 결혼해 줄래요?” 성민수가 한쪽 무릎을 꿇고 반지를 여다현에게 내밀었다. 여도진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여다현은 꿀이 떨어지는 성민수의 눈빛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민수가 흥분하며 반지를 끼워주자 여다현이 성민수의 손을 잡았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환호하는데 성민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키스해도 돼요?” 여다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신지환이 나무에 몸을 가린 채 두 사람을 바라봤다. 잠깐 망설이던 그는 사람들이 흩어지고 나서야 두 사람에게로 걸어갔다. 성민수가 갑자기 나타난 신지환을 경계하며 여다현을 등 뒤로 감췄다. “여기는 어쩐 일이야?” 성민수가 퉁명스럽게 캐물어도 신지환은 별다른 표정 없이 작은 상자를 여다현에게 건넸다. 여다현이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신지환이 상자를 열었고 안에는 열쇠 하나가 들어있었다. “너를 위해 은행에 재산 좀 남겨놨어. 이혼할 때 받아야 했던 재산이야.” 여다현은 여전히 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괜찮아요. 필요 없어요.” 신지환도 강요하지 않고 상자를 내려놓았다. “받지 않으면 비서에게 네 이름으로 된 아동 구호 재단에 기부하라고 할 거야.” 여다현이 반박하지 않는 것으로 동의했다. “경산 공원묘지 176번이야.” 앞뒤를 잘라먹은 말에 여다현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데 신지환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이가 묻힌 곳이야. 가보고 싶으면 가보라고.” 아이가 나오자 여다현의 마음이 살짝 움직였다. 누가 뭐래도 아이가 억울한 건 사실이었기에 여다현이 입을 열었다. “그럴게요.” 신지환이 여다현과 성민수를 한참 바라보다 이렇게 말했다. “행복하길 바랄게.” 신지환은 이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여다현은 멀어져가는 신지환의 뒷모습을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민수야, 나 아이가 있는 곳에 가보고 싶어.” 아이는 여다현의 가슴에 박힌 가시와 같아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자꾸만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요. 꼭 보러 가요.” 성민수는 여다현의 과거를 전혀 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