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마음먹은 거지?” 신지환의 친구들은 그래도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이 일 다현 씨에게 어떻게 설명하려고 그래?” 신지환이 고개를 숙이더니 한참 지나서야 이렇게 말했다. “다현이는 나 이해해 줄 거야. 그것보단 제인이를 구하는 게 더 중요하지.” 친구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자 신지환의 목소리에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제인이 구하러 가기 싫으면 꺼져. 다현이는 내가 알아서 할게.” 친구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장으로 가는 차에 올라탄 신지환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해졌다. 떠나기 전 여다현이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자꾸만 뭘 놓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여다현이 홀연히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신지환은 얼른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 불안을 가슴 깊이 묻었다. 여다현과 함께한 시간이 길기도 하고 여다현이 그를 많이 사랑하기에 절대 떠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한 말이 떠올라 죄책감이 든 신지환은 핸드폰을 꺼내 여다현에게 문자를 한 통 보냈다. [자기야, 일 끝나고 여행 가자.] 예전 같으면 그가 문자를 보내면 여다현이 바로 답장했지만 지금은 아무리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답장이 없자 겨우 마음속 깊이 묻어둔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신지환이 여다현에게 전화하려는데 차가 멈췄다. “형, 도착했어.” 친구의 말에 신지환이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다현에겐 나중에 잘 설명하고 지금은 제인이만 생각하자.’ 호텔 입구에 선 웨이터는 갑자기 나타난 신지환을 보고도 막아설 엄두를 못 냈다. “신 대표님, 이제인 씨 결혼식 하객으로 오신 건가요?” 신지환은 결혼식이라는 말에 눈동자가 어두워지더니 말투가 차가워졌다. “안내해요.” 웨이터는 더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아 얼른 신지환을 데리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제인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핍박에 못 이겨 정략결혼을 하는 사람의 걱정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제인아, 정말 이러면 되는 거 맞아?” 이제인의 아버지 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