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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온하준은 얼굴을 찡그렸다. “할 얘기 없어.” “제발, 몇 분이면 돼.” 조아영이 애원했다. “당신 도움이 필요해.” 온하준은 소유진을 돌아보았고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차에서 기다릴게.” 소유진이 간 뒤에야 온하준이 물었다. “뭔데?” 조아영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회사가 엉망이야. 장문호가 은하수 프로젝트를 망쳤고 아빠도 편찮으셔. 돌아와서 딱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될까?” 온하준은 비웃었다. “도와줘? 날 배신한 너를? 네 애인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추악한 행실을 폭로했는데도?” “내가 잘못했어.” 조아영이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재원그룹엔 수천 명의 직원들이 있잖아. 날 위해서가 아니라 은하수 팀을 생각해. 당신 밑에서 일하던 사람들인데 지금 똑같이 어려운 처지가 됐어.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그 사람들이 이노 테크놀로지로 가서 당신을 도와주든 말든 보내줄게.” 귀가 솔깃한 제안이긴 했다. 은하수 팀의 동료들은 전부 그가 아끼는 사람들인데 그들까지 연루되는 건 원치 않았다. “컨설턴트로서 은하수 프로젝트팀을 도울 생각은 있지만 그 사람들에게 완전한 자율권을 넘겨.” 조아영의 얼굴에 마침내 미소가 번졌다. “당연하지! 너만 돌아오면 뭐든 다 가능해.” “아니, 난 재원그룹으로 돌아가지 않아. 난 그저 내 예전 팀을 도와주는 거야. 그것도 이노 테크놀로지 사업 총괄 이사로서.” 조아영은 울먹거리는 얼굴로 힘겹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와서 날 도와주기만 하면 돼.” 온하준이 뒤돌아서는데 조아영이 불쑥 말을 꺼냈다. “하준아, 아이는...” 온하준은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미안해.” 조아영이 들릴 듯 말 듯 희미한 목소리로 말하자 온하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아영, 난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도 새 인생 살아.”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소유진을 향해 걸어갔다. 차 안에서 소유진은 굳은 표정을 짓는 온하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뭘 원한대?” “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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