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장 김유정은 납치되고 연수호가 추격전을 벌이다

연수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15분이 지났지만 김유정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그가 다시 전화를 걸려고 휴대폰을 꺼내든 순간, 검은색 부가티 한 대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나와 그의 옆을 스치듯 지나갔다. 휴대폰을 들고 있던 그의 손이 갑자기 멈칫했다. 수십 년간 훈련해 온 경계심 덕분에 연수호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검은색 부가티 차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빛이 번쩍였다. 차가 스쳐 지나갈 때, 창문에서 보였던 흐릿한 실루엣에 그의 심장이 급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젠장!” 연수호는 그 실루엣의 정체가 김유정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급히 차에 시동을 걸고 기어를 밟아 검은 차를 쫓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고 다른 손으로는 김유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연수호의 얼굴은 차갑게 변했고 그는 이를 악물고 운전을 했다. “젠장!” 신호등 하나만 지나면 검은 차를 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그는 기어를 풀고 다시 한번 가속했다. 그러자 차의 엔진 소리가 도로를 가득 메웠다. 부가티의 운전석에는 모자를 쓴 남자가 기세 좋게 핸들을 돌리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는 신호등을 여러 번 무시하고 지나쳤다. 외진 길로 빠져나가려는 듯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그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스, 뒤에서 스포츠카가 쫓아와요! 미친 듯이 따라붙고 있어요!” “이게 무슨 개판이냐!” 전화 너머에서 그 남자가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너한테 그 여자만 조용히 데리고 오라고 했잖아. 왜 쫓기게 된 거야?” “어떻게 해요, 보스?” 그 남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땀만 뚝뚝 흘렸다. “그냥 겁만 주라고 했지 목숨을 걸라고 하진 않았잖아요!” “어떻게 하냐고?” 전화 너머로 분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따라오는 차를 따돌려!” “어떻게 따돌려요?” 그는 백미러를 통해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