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6장

주성호는 분노를 터뜨린 뒤 충격으로 숨이 멎을 듯한 표정의 추영자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들고 감정을 가다듬고 다시금 그녀를 걱정하는 듯한 다정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그는 손을 뻗어 따뜻한 손끝으로 추영자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영자야.” 주성호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거미가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을 노리듯 광기와 모든 걸 집어삼키려는 소유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시는 나 떠날 생각하지 마. 그리고 이렇게 너 자신을 해치는 방식으로 날 괴롭히는 것도 이제 그만해, 응?” 그는 추영자의 손을 잡고 가볍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부탁이야. 진짜 너만은 잃기 싫어.” 주성호의 갑작스러운 표정 변화에 추영자의 등골엔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그를 두려움과 낯섦이 뒤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닿은 자리에 소름이 끼치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막 움직이려는 순간 주성호는 강하게 그녀의 손을 움켜쥐며 놓아주지 않았다. 그 순간, 추영자는 그의 눈에 잠깐 스친 포악한 빛을 분명히 보았다. 자신의 저항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이지 누군가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었다. 주성호가 원하는 건 오직 자기 말에만 따르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사랑하니까 놓칠 수 없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그런 말을 진심으로 믿는다면 그녀야말로 어리석은 것이다. 추영자는 냉담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 “주성호, 당신 정말 나랑 끝장 보겠다는 거지?” 주성호는 눈썹을 찌푸리며 그 말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영자야, 난 그냥 네 마음을 돌리고 싶을 뿐이야.” “하하!” 추영자는 코웃음을 치더니 그의 진지한 얼굴을 똑바로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꿈 깨. 우리 사이엔 다시 돌아갈 여지 같은 건 없어. 남은 건 이혼뿐이야.” 주성호는 그녀의 손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손목에서 전해지는 통증에도 불구하고 추영자는 고통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