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0장

추영자는 자살을 미끼로 그를 협박했지만 그게 전혀 소용없는 것은 아니었다. 주성호는 결국 그녀를 더 이상 몰아붙이지 못했다. “그만두자. 이 일은 일단 미뤄두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주성호가 이렇게 말하자, 전화 너머에서 조 비서는 갑자기 한숨을 돌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주성호가 이렇게 급하게 마음을 바꾼 이유가 무엇이든, 결국 좋은 일이었다. 주성호가 세은 그룹에 관심을 가지고 손을 댄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경직될 것 같았지만 그는 단지 주성호의 비서이기에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주성호가 스스로 마음을 돌린 것은 아주 좋은 일이었다. 전화를 끊고 난 후, 조 비서는 잠시 고민한 끝에 이번에는 이 소식을 세은 그룹 쪽에 전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만약 주성호가 다시 마음을 바꾼다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임 부대표와 손 비서는 추영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주성호가 세은 그룹에 대한 공격을 중단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 회의가 끝난 후, 손 비서는 다시 주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 주경민의 비행기 티켓은 오후에 예매되어 있었다. 출발하기 전, 그는 심자영을 위해 직접 점심을 준비하려 했고 심자영은 불필요한 일이 생길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경민은 그녀를 며칠 동안 돌봤기 때문에, 심자영은 주경민 혼자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기가 미안해 자기도 도와주기로 했다. 주경민은 심자영이 막 퇴원한 상황이라 그녀의 힘든 모습을 보기가 싫었지만 그는 곧 떠나야 했고, 아마도 오랫동안 다시는 심자영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에게 쉬라고 말하려던 걸 결국 참아버렸다. 심자영이 열심히 채소를 씻는 모습을 보며 주경민의 눈에는 아쉬움과 애틋함이 엿보였고 마음속 깊이 떠나기 싫다는 감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는 정말 떠나야 했다. 비록 떠나기 싫었지만 그는 떠날 준비를 해야만 했다. 심자영은 그 따뜻한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묵묵히 재료를 손질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