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3장

심자영이 대답 없이 망설이고 있을 때, 따뜻한 손길 하나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 위를 쓰다듬었다. “너무 고민하지 마요. 자영 씨한테 요리 배우려고 하는데 이 정도 기회도 안 준다면 내가 어떻게 계속 여기에 얹혀살겠어요?” 강도현은 일부러 장난스런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 친구 아니었어요? 친구끼리 서로 돕는 건데, 그렇게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의 말은 무심한 척 들렸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늘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지키려 드는 심자영의 태도가 그는 안쓰러울 뿐이었다. 그건 그저 신중한 성격 때문이 아니라 어릴 적 상처가 남긴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기댔다가 또 버려질까 두려웠던 것이다. 강도현은 자기가 조사해 낸 일을 떠올리며 심자영에게 왠지 모르게 더 깊은 연민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조심스러웠다. 그걸 입 밖에 꺼내는 순간 오히려 심자영의 마음을 닫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문제는 서두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녀 마음속의 상처와 벽을 허물려면 조금씩, 천천히 가까워져야 한다. 심자영은 머리 위로 전해지는 그 다정한 손길에 몸을 굳혔다. 문득 떠오른 건, 오빠였다. 그도 예전엔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웃어주고 원하는 건 뭐든 다 들어주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따뜻함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사실 심자영은 주경민 외의 누군가가 자신에게 스킨십을 하는 걸 잘 견디지 못했다. 특히 머리를 쓰다듬는 건 더더욱 말이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후, 그녀가 스킨십을 허락한 사람은 오직 주경민뿐이었다.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굳자 강도현도 이내 이상함을 느끼고 잠시 멈칫하더니 헛기침하며 손을 서둘러 거두었다. “미안해요.” 심자영은 고개를 젓더니 조용히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요. 필요한 것들 적어둘게요.” 강도현은 그녀가 결국 부탁을 받아들였다는 걸 눈치채곤 방 안 한쪽 자리에 앉았다. 심자영은 책상 앞에 앉아 노트와 펜을 챙겨 필요한 물품들을 조심스럽게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먹을거리며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