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화

서예은은 곧 박시우가 도착할 거라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칼로 날 위협해서 어디로 데려가려고 한 거야? 거기 가서는 날 어떻게 괴롭힐 생각이었고?” 순간 표정이 굳은 임하나가 서예은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바라봤다. 아까만 해도 서예은은 쉽게 다룰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치밀한 사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임하나는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의 임무는 그저 서예은을 목적지까지 데려가는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순조롭게 도착했을 텐데 이미 정체를 들켜버렸다. 아까는 그저 졸린 척 눈을 감고 있었는데 서예은이 뒤를 돌아본 순간 이미 자신을 의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계획을 앞당겨 움직였고 그 결과 서예은은 침착하게 맞섰을 뿐 아니라 자신까지 다치게 했다. 서예은은 잠시 멍하니 있는 임하나를 보며 비웃듯 미소 지었다. “그 사람들이 너한테 하라고 한 일 그냥 원래대로 해.” “뭐?” 임하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예은을 경계했다. “무슨 생각으로 하는 말이야?” 임하나는 서예은이 왜 갑자기 생각을 바꿨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시선을 차갑게 받아낸 서예은은 담담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싸늘했다. “날 그 사람들한테 데려가야 한다며? 내가 순순히 따라가면 너도 좋은 거 아니야?” 임하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대체 무슨 꿍꿍이야?” “그냥 궁금해서. 이렇게까지 판을 짜놓고 뭘 하려는 건지 직접 보고 싶어졌어.” 서예은은 고개를 돌려 멀리서 다가오는 박시우의 차를 바라봤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결연하게 느껴졌다. “놀자고 판을 깔았으니 나도 끝까지 어울려 줘야지.” 서예은은 도대체 누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렇게까지 공을 들였는데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면 오히려 그 사람들의 노고만 날리는 꼴이잖아.’ 임하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여자를 너무 얕봤어.’ 임하나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내가 진짜로 해치면 어쩌려고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