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화

주현진이 집에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이미 점심을 다 먹은 후였다. 주진우는 그런 주현진을 보고 짜증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이 언젠데 이제 들어와! 지안이가 임신했으니 너는 애 아빠의 도리를 다해야지!” 주현진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글자글한 주름이 가득한 주현진의 셔츠에서는 클럽에서 묻은 술 냄새와 담배 냄새가 가득했다. 주진우의 말에 주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송미진이 나와 주진우를 달랬다. “여보, 그만 해요. 명절인데 현진이도 친구 만나러 나가고 싶었을 수 있죠.” 말을 마친 송미진이 자애로운 눈빛으로 주현진을 쳐다보았다. “현진아, 얼른 와서 밥 먹어.” 주진우는 당치도 않다는 듯 코웃음 쳤다. “그렇게 과보호하면 결국 후회할 때가 올 거야!” 말을 마친 주진우는 서재로 돌아갔다. 주현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엄마, 전 일단 옷부터 갈아입을게요.” 방안의 서지안은 홀로 화를 삭였다. 어젯밤 주현진은 돌아오지 않고 외박을 했다. 화장대에 앉은 서지안은 손에 쥔 빗을 꼭 잡았다. 거울 속의 서지안의 눈가는 약간 붉었다. 이미 한바탕 눈물을 흘린 뒤였기 때문이다. 어젯밤 서지안은 밤을 새우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찬밥 신세가 되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얼른 본인의 입지를 다져야 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서지안이 고개를 홱 돌리고 화를 꾹 눌러 담은 말투로 얘기했다. “돌아왔어? 뭐 하러 간 거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임신한 서지안을 두고 밖에서 놀고 들어온 주현진을 보면서 서지안은 화가 치밀었다. 주현진은 많이 변했다. 서지안은 마음이 약간 불안했지만 주현진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까 봐서 걱정이었다. 주현진은 입구에 서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셔츠는 구김이 가득했고 넥타이는 겨우 목에 걸쳐져 있는 정도였으며 셔츠에는 립스틱 자국까지 있었다. “어제 친구랑 만나서 술을 좀 많이 마셨을 뿐이야. 그러다 친구 집에서 자고 온 거야.” “친구? 어느 친구?”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