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화

“서예은.” 주현진의 눈동자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빠르게 걸어온 주현진이 서예은 앞에서 물었다. “너 해명할 거 없어?” 주현진이 사심이 있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서예은의 행동이 부도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은 것이었다. 박시우와 함께 있더니 지금은 다른 남자와 나타나다니. 주현진은 서예은이 주현진과 사귈 때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현진은 그만큼 자신 가득했고 본인한테 매력이 넘친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서예은이 차진호와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주현진은 화가 치밀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서지안의 말이 떠올랐다. 설마 서예은이 정말 주현진과 사귀면서 다른 남자를 만났을까. 주현진을 마주한 서예은은 주현진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예은이 필요로 할 때마다 주현진은 자리를 비우는 사람이었다. 이제 서예은에게는 주현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예은은 주현진과 더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주현진은 서예은에게 집착해 왔다. 서예은은 주현진을 그대로 지나쳐버렸다. 차진호는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주현진을 훑더니 서예은을 따라갔다. 주현진은 화가 나서 소리 질렀다. “서예은, 너 남자한테 미쳤어? 이 남자, 저 남자 꼬시느라 바빴겠네?” 주현진의 말투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서예은은 멈춰서서 분노 가득한 눈으로 주현진을 쏘아보았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그런 짓을 한 건 너야, 내가 아니라.” 주현진은 순식간에 말문이 막혔다. 머뭇거리던 주현진이 얘기했다. “만약 아니라면 해명해도 좋아.” 서예은이 차갑게 웃었다. “해명? 뭘 해명하라는 거야? 네가 나랑 무슨 사이인데? 해명한다고 해도 내 남편한테만 해명하면 될 일이야. 너는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고.” 말을 마친 서예은이 몸을 돌려 떠났다. 주현진은 그 자리에 서서 굳어버렸다. 이제 주현진은 자격이 없었다. 서예은은 차진호를 보면서 머쓱해했다. “미안, 이런 모습 보여서.” 차진호가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누구나 그런 과거가 있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