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2화

[늘 보던 데서 보자.] [왜 아직도 답이 없어? 서예은, 대답해!] 서예은은 그제야 번호가 익숙했던 이유를 떠올렸다. 예전에 주현진이 쓰던 번호와 앞자리는 거의 같고 뒤의 두 자리만 달랐다. ‘차단당한 걸 알고도 새 번호로 또 귀찮게 하네. 그것도 일부러 비슷한 번호로? 자기라는 걸 티 내고 싶은 거야?’ 그 순간, 서예은은 역겨움이 목까지 치밀었다. ‘늘 보던 데서 보자니... 정말 제정신이 아니네.’ 서예은은 문자를 읽고 나니 속이 울렁거렸고 방금까지 괜찮던 입맛도 싹 가셨다. 박시우는 서예은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살짝 서예은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박시우는 낮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처음에 서예은은 주현진의 새 번호도 그냥 차단해 버리려 했다. 그런데 문득 이금희가 해 준 말을 떠올리자 서예은은 휴대폰을 내밀며 담담하게 말했다. “원래도 숨길 생각도 없었어. 내 눈에는 하찮은 일에 불과하거든. 다만... 이렇게까지 역겹게 굴 줄은 몰랐어.” 사태를 파악한 박시우는 안색이 어두워졌고 깊은 눈동자에 차가운 기운이 번졌다. 박시우는 주먹을 살짝 움켜쥐고 말했다. “만나자고? 좋아. 그러면 만나 주자.” 뜻밖의 대답에 서예은은 잠깐 멈칫했다. ‘이렇게까지 태연할 줄이야. 아니면 속으로 뭔가 준비하는 걸까?’ 박시우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휴대폰 줘.” 서예은이 휴대폰을 건네자 박시우는 짧게 한마디만 보냈다. [좋아] 식사를 마치고 박시우는 이금희에게 오늘은 서예은과 데이트하러 조금 나갔다가 오겠으니 먼저 집에서 쉬고 계시라고 말했다. 이금희는 흐뭇하게 끄덕였다. 두 사람의 사이가 무르익는 게 보기 좋았다. 박시우가 서예은에게 물었다. “늘 가던 데가 어디야?” 서예은의 표정이 굳었다. “아마도... 주현진이랑 처음 만났던 놀이공원이야. 귀신의 집에서 처음 마주쳤어.” 그때의 서예은은 겁이 없었다. 모두가 비명을 지를 때에도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 나왔다. 바로 그 대담함에 주현진의 마음을 빼앗겼다. 이후 사귀게 된 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