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6화

박시우가 주현진을 향해 비꼬듯 말했다. “체면? 난 사양할게. 어차피 너는 없는 것 같으니, 그냥 너나 가져.” “너!” “경찰관님, 증인도 없고 증거도 없으니 이만 가도 되겠죠?” “네. 가셔도 됩니다.” 박시우는 서예은과 함께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은 뒤에서 주현진이 이를 갈며 그들을 노려보는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시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기우람이었다. 박시우가 스피커폰을 눌렀다. “할 말 있으면 빨리 말해.” 기우람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쳇, 이제 아주 뻔뻔해졌구먼.” 소식이 이렇게 빨리 퍼질 줄은 박시우도 예상 못 했다. “여긴 통화가 잘 안 터져. 그러니 요점만 말해.” 그때, 전화 너머로 여자 특유의 애교 섞인 신음이 섞여 들어왔다. 듣는 사람의 귀가 화끈거릴 정도였다. 박시우가 태연하게 말했다. “바쁜 모양이네. 그럼 끊을게.” 말을 마치자마자 박시우는 통화를 종료했다. 기우람은 소파를 발끝으로 걷어차며 욕이 튀어나왔다. “젠장! 누구 폰이 안 터진다는 거야? 이런 소리가 엄청 잘 들리기만 하는데!” 기우람이 옆을 보니 유서원이 술에 곤죽이 되어 쓰러져 있었고 말 그대로 흐물흐물한 진흙더미 같았다. 유서원은 거의 매일이다시피 하고 일을 핑계로 밖에서 남자들과 어울려 술만 마셨고, 기우람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오늘도 술집 문을 나서자마자 고꾸라졌고, 몇몇 남자들이 달려가 업어 가려던 순간, 마침 기우람이 유서원을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그때 유서원이 눈을 번쩍 뜨더니 주위를 훑고는 중얼거렸다. “여기... 익숙하네...” 기우람이 속으로 콧소리를 냈다. ‘당연히 익숙하겠지. 예전에 우리 둘의 아지트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