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04화
명빈은 옷을 갈아입고 석유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물었다.
“잠이 안 와요?”
석유는 멍하니 명빈을 바라봤다.
“왜 안 갔어요?”
명빈은 탁자 위 찻주전자를 들어 자신에게 차를 따랐다.
차는 이미 식어 있었고 한 모금 마신 뒤 고개를 들어 웃으며 말했다.
“모처럼 성주에 왔는데 충분히 놀다가 가야죠.”
석유는 밤빛처럼 차갑고 깊은 눈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그럼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백나라는 백씨 저택에 남아 강옥자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기에 이틀 동안은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었다.
오히려 자신을 피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자신이 얽힌 그 남자가 석유에게까지 일을 끌어들였으니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녀 사이의 골은 이미 십수 년이나 이어져 왔고 단 한 번의 일이나 몇 마디 말로 쉽게 풀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아버지인 하호훈도 매우 바빴다.
강옥자 일로 갑자기 성주로 돌아왔지만 출장 중 처리해야 할 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오후에 장례식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그래서 집에는 여전히 석유 혼자뿐이었다.
명빈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저택의 도우미가 문을 열어줬거든요. 그리고 여기 있다고 길도 알려주더라고요.”
석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곧 명빈의 가느다란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묘한 요염함이 스쳤다.
“걱정 마요. 차 마시러 온 거지 우는 거 보러 온 건 아니니까요.”
석유는 명빈의 농담을 무시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장례식에 있었던 것을 떠올리니, 명빈도 꽤 수고했겠다는 생각이 들어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사람 시켜서 따뜻한 차로 다시 우려 오게 할게요.”
“괜찮아요, 이걸로도 충분해요.”
명빈은 긴 손가락으로 찻잔을 굴리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저는 이런 차를 좋아하거든요.”
석유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려 정원에서 흔들리는 꽃나무를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 석유의 눈빛은 깊고 차가웠다.
마치 달빛을 비춘 고요한 호수처럼 맑으면서도 적막했고 이 번화하고 소란스러운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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