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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우연

"그래?" 고도식은 경악해서 젓가락질을 잠시 멈추었다. 그러자 채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유정이가 그런지도 한동안 됐어요. 그저 당신한테 말하지 않은 것뿐이에요. 몸도 안 좋은데 괜히 걱정할까 봐 계속 숨겼어요. 유정이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살 빠진 거 있죠." 이상한 건 어머니로서 딸의 이런 모습을 보면 응당 마음 아파해야 했다. 하지만 채연희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 매일 우울해하며 점점 수척해지는 딸을 보고도 그녀는 전혀 마음 아프지 않았다. 자기가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그녀도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이기에 그래서 걱정하고 관심하는 것뿐이었다. 이 딸에게 여전히 정이 가지 않지만 어쨌든 그녀가 20년 동안 바래서 다시 그녀 곁에 돌아온 딸이었다. 그렇기에 마음에 안 들어도 그녀는 어머니로서 책임을 져야 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기도 했다. 그녀 마음속에 늘 새겨두고 계속 미안했던 자기 딸이 돌아왔는데 그녀는 고유정한테 별 감정이 없었다. 돌아온 고유정한테 더욱 잘해주고 사랑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몸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이 딸에게 별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어린 고유정의 사진을 볼 때마다 그녀 마음속의 모성애가 넘쳐 나오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마 그녀가 사랑하는 건 오직 어렸을 때의 딸이란 말인가? '그럴 리가!' 채연희는 납득이 안 갔다. 어릴 때의 딸이든 지금의 딸이든 다 같은 사람인데 그녀의 모성애가 딸이 성인이 됐다는 이유로 사라졌을 리가 없었다. 그녀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그녀도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그녀는 늘 자기의 이런 이상한 감정을 마음속 깊이 가두고 단 한 번도 드러내지 않았다. 혹시나 고유정이 그녀의 이런 감정을 눈치채고 서러워할까 봐. 채연희는 한순간 넋을 놓았다. 고도식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 그는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입을 열었다. "유정이가 이러는 건 아마 그날 병실에서 있었던 일 때문일 거야." 채연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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