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진은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딱 버티고 서서 그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며 말했다.
“어쩌다 이렇게 딱 마주치네.”
그녀는 눈을 흘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물었다.
“여기는 웬일이야?”
“뭐겠어?”
그는 그녀에게 다가와 턱을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
“보고 싶어서 왔지. 나 아직 네 자료 조사 도와주고 있잖아. 설마 나를 찬밥 취급하려는 건 아니지?”
박여진은 자신이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짓까지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심호흡하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피곤해 보이는데 오늘은 뭐 했어?”
박태호는 드디어 그녀가 자신을 걱정해 준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네 아버지 일 조사하러 갔지. 예전 친구 몇 명 더 만나봤는데 다들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고. 네 아버지가 학교 다닐 때 정말 인기 많고 잘나가셨대. 그리고 자세히 물어보니 우리 아버지랑 사이도 꽤 좋았고. 당시 옆방에 살아서 같이 농구도 자주 하러 다니고 했대.”
“나중에 사이가 틀어졌다는 건 다른 큰 이유는 없이 서로의 생각이 달라서 그랬다고 하더라고. 그렇다고 절교한 사이도 아니었어.”
그는 말을 마치고는 한숨을 쉬었다.
“만약 지금 살아계셨다면 그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회암시에 있는 많은 것들이 다 아버지 것이었을 수도 있겠네.”
박수찬은 당시 너무나도 눈부셨지만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박여진의 심장이 아려왔다.
엘리베이터가 그녀가 누른 층에 멈췄다.
그녀가 내리자 박태호도 따라 내렸다.
박태호는 그녀에게 착 달라붙어 말했다.
“누나, 내가 진실을 다 밝혀주면 나한테 조금만 더 잘해주면 안 돼? 그 연정훈 씨 말이야. 싫어하는 거잖아. 그 사람이랑 헤어져.”
그가 누나라고 부를 때마다 마치 어리광을 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박여진은 먼저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마치 자기 방처럼 편안해 보였다.
그녀는 그의 옆에 앉아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진아가 돌아왔어.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