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2화

그녀는 이제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한 입씩 마시기 시작했다. 연정훈은 번듯한 직업을 가졌고, 집도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 완벽한 반려자였다. ‘하지만 왜 망설이는 것일까?’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마음이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닭죽을 반 그릇 정도 마셨을 때 연정훈은 남은 것을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옆의 휴지를 집어 그녀의 손가락을 닦아주었다. “여진 씨, 나와 결혼하는 게 힘들어?” 박여진은 입을 열고 뭔가 대답하려 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저 너무나도 평온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늘 평범한 감정, 평범한 삶을 원한다고 말했지만 정말 그렇게 평범하면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사람의 본성은 원래 이기적인지도 모른다. 어떨 때는 박태호처럼 천지를 뒤바꾸는 듯한 격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연정훈은 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휴지를 옆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난 강요하지 않아. 하지만 지금은 여진 씨의 부모님이 강요하고 있는 거야. 여진 씨가 마음을 정하면 결과를 내게 말해줘. 나는 여진 씨에게 맞춰줄게.” “이 교수님.” 그녀가 그렇게 부르자 연정훈은 드물게 강한 모습을 보이며 그녀를 소파에 눕히고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하려 했다. 박여진은 상황을 알아차리자마자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돌려 자신의 얼굴을 향하게 하고 다시 물었다. “박태호가 키스할 때도 이렇게 거부했어? 아니면 이렇게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 박여진의 얼굴이 순간 변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닭죽이 담긴 그릇을 들었다. “내가 너랑 결혼하는 건 이렇게 평범한 거야. 여진 씨는 분명 나에게 감정이 없어. 감정은 나중에 천천히 키워나갈 수 있지만, 만약 네가 이 평범함에 불만을 느낀다면 나도 할 말이 없어. 여진 씨, 선택권은 항상 여진 씨에게 있어.” 그는 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갔고, 곧 설거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박여진은 소파에 누워 있었다. 분명히 잘못한 것은 자신이었는데 그녀는 지금 매우 지친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