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8화

강현우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진아도 민망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박여진과 친한 사이라 차마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짝. 그때 복도에 따귀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박태호는 뺨을 맞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마의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화가 났지만 이를 악물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아니야? 대체 내가 뭐가 부족한지 모르겠어. 넌 매번 날 가지고 놀고선 깔끔하게 버렸어. 내 감정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박여진, 내가 저 늙은이보다 못한 게 뭔데? 우리가 얼마 전에 잤다는 소리를 듣고도 이 사람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거 봐봐. 나한테 주먹이라도 날려야 정상이지.” 만약 박여진과 연정훈이 잤다는 소리를 들었다면 박태호는 분명 미쳐 날뛰었을 것이다. 모두가 고통스러워야지, 그만 불행할 수는 없었다. 연정훈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차분하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여진이의 모든 결정을 존중합니다.” “존중? 줏대가 없는 거겠죠.” 박여진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박태호, 그만해. 미쳐 날뛰고 싶으면 다른 데서 미쳐 날뛰어.” “싫어. 할 말 다 할 거야. 박여진,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박씨 가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박태호는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었다. 박여진과의 관계에서 처음으로 실패를 맛봤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에 감정을 억누른 채 지내왔는데 박여진이 먼저 그 벽을 허물었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관계를 정리했다. 그동안 박태호는 끌려다니기만 했고 그런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그는 박여진을 험악하게 노려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날 버리고 결혼하려고? 꿈 깨.” 그러고는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아당겼다. “할 얘기 있어.” 하지만 연정훈이 박여진의 다른 손을 잡고 있었다. 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이진아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이 아수라장을 지켜보았다. 그때 강현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배고픈데.” 목소리가 어찌나 무덤덤한지 눈앞에